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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DVD 감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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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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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의 재구성 - 장르영화의 한국적 재구성

글 | 박건일 (madream@dvdprime.com)


장르영화의 한국적 재구성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은 미국에서 이른바 '강도영화(Heist Movie)'라고 부르는 장르영화의 틀을 한국이라는 '지역색'에 맞게 재창조했다. 어찌 되었건 한국의 상업영화라는 것이 할리우드의 자장 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이며, 그것이 장르영화라는 외피를 쓴 영화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특정 관습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즉 형식에 있어 쉽사리 분류가 가능한 장르영화는 자본의 논리로 영화를 이해하고 규정하는 할리우드에서 그 상업적인 특성 때문에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할리우드의 상업영화와 동일시되기도 하는 장르영화가 한국이라는 땅에서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모습일까. 놀랍게도, 바로 여기 그 모범적인 해답이 있다.

<범죄의 재구성>은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부러워했던 <오션스 일레븐> <하이스트> <이탈리안 잡>과 같은 '때깔 좋은' 강도영화의 한국적인 모방이자 재창조이다. 반전이 약하다느니 범죄 자체의 임팩트가 약하다느니와 같은 단점들은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겠다는 점을 먼저 밝히겠다. 물론 강도영화임에도 그 강도라는 행동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과 범죄 세계의 은어로 가득찬 맛깔스러운 대사, 그리고 우리 일상과 그리 멀지 않은 다양한 범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에 더욱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한국판 강도영화의 등장을 손꼽아 기다렸었기에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더욱 좋아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며 글을 써내려간다는 점을 밝히겠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생생한 입체감을 보여주고 있느냐. 물론 그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캐릭터들은 지독할 정도로 스테레오타입화되어 있다. 도덕이나 양심이라는 감정은 이 영화의 캐릭터들에게 단 1%도 기대할 수 없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 천호진이 아주 능글맞게 연기한 - 차반장을 제외하고는 한결같이 돈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인형과도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캐릭터가 우리에게 큰 재미를 안겨주는 가장 큰 재미이다. <범죄의 재구성>과 같은 장르영화에서 고뇌하는 주인공은 필요치 않다. 이 영화에서 필요한 캐릭터는 오직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탱크같이 우직하게 달려나가는 단세포적인 인물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군더더기 없는 인물들에게 한국은행을 턴다는 - 영화 속 김선생의 표현으로는 "돈을 찾는" - 큼지막한 사건을 던져주고 범죄세계의 은어 - "똥구멍 맞춰"  "접시를 돌리고"  "수술을 하는" - 라는 옷을 입혀주자 영화 속 그들은 우리에게 숨가쁘고 짜릿한 일탈의 쾌감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한 편으로 보면 무미건조하고 감동 없는 범죄영화에 불과한 <범죄의 재구성>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이 재미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개성 만빵의 진득한 캐릭터와 생뚱맞게 들리는 범죄 은어들의 나열보다는 이 영화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는 테크닉의 힘이다. <범죄의 재구성>은 제목 그대로 한국은행에서 50억을 사기로 인출한 '범죄를 재구성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재구성은 한국은행을 터는 과정 자체를 관객에게 눈속임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실질적으로 범죄 자체의 묘사에는 큰 공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영화적 허점을 능청스럽게 가려주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그리로 그 도구는 바로 영화적 테크닉이다.

<범죄의 재구성>은 영화 시작부터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시가지 차량 추격전으로 관객의 눈을 자극한다. 그리고 다양한 필터를 사용한 세련되고 자극적인 화면과 그 화면을 솜씨 좋게 재단한 세련된 편집으로 상영시간 내내 우리의 영화적 상상력을 한껏 부풀린다. 그리고 감독은 이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구경하기 쉽지 않은 여러 영화적 테크닉을 선보인다. 교차 편집, 점프 컷, 와이프(wipe), 분할 화면과 같은 테크닉은 <범죄의 재구성>을 더욱 세련되게 재구성하는 훌륭한 장치이다. 그리고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가 아닌 한국영화에서 이러한 테크닉이 영화 속에 훌륭하게 녹아들어 쓰인 것을 지켜보는 것은 영화광의 한 사람으로써 매우 흥분되는 경험임이 분명하다.

최동훈 감독의 예사롭지 않은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은 장르영화가 한국적인 시스템에서 어떻게 재구성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모범적인 영화이다. 개성이 물씬 품기는 캐릭터들의 세부적인 묘사와 통통 튀는 재미있는 대사들, 그리고 영화의 진행을 돕는 효율적인 테크닉의 사용은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귀중한 결과물임에 분명하다. 아울러 할리우드 장르영화의 궤적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재구성한 부분도 감탄스러운 부분이다. 최동훈 감독의 다음 작품은 단순한 재구성을 뛰어넘는 새로운 영화적 구성을 거침없이 쏟아내기를 바란다.


<범죄의 재구성> DVD는 2.3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과 DTS와 돌비 디지털 5.1 음향을 수록한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되었다. 메뉴화면은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멋진데 사기극이라는 영화의 분위기와 100% 완벽하게 부합되는 참신한 디자인이다. 빠른 템포의 음악이 깔리며 타자기 소리로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메인 메뉴화면은 물론이고 디스크 2장의 모든 메뉴들이 심상치 않은 공력이 느껴지는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만들어져 있다. 메뉴화면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건보기, 사건전략, 사건분석과 같은 재치있는 메뉴 제목 또한 칭찬하고 싶다.
 

영상은 2.35:1 종횡비를 가진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이다. <범죄의 재구성> DVD의 화질은 최근 한국영화 DVD 중에서는 단연 발군이라 할 수 있다. 샤프니스가 살아있는 날카로운 해상도와 다소 거친 윤곽선 묘사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DVD의 화질은 다양한 필터를 사용한 영화의 느낌을 최대한으로 잘 살리고 있다. 풍부한 색감의 표현이나 원경에서의 디테일한 묘사는 부족하지만 클로즈업시의 세부 디테일의 수준급 묘사와 잡티 없는 깔끔한 화질은 몇몇 단점들을 쉽게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충분한 조명이 뒷받침되는 실내 장면에서는 투명도 높은 훌륭한 화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화질에 있어 후한 평을 줬지만 암부 표현력은 조금 아쉬운 부분. 어두운 장면에서는 세부 디테일도 떨어지는 편이며 그 속에서 인물들을 명확히 구분하기도 힘들다. 이와 함께 전체적으로 탁한 색상 묘사력도 눈에 띄는데, 이것은 영화 연출상 의도된 것이 확실하다. 푸르슴한 색상이 주를 이루는 독특한 화질을 DVD에서도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평균 이상의 준수한 퀄리티의 영상.

DTS와 돌비 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화질과 대동소이한 준수한 퀄리티. 액션보다는 주로 '말발'로 승부하는 영화인만큼 박진감 넘치는 서라운드 음향을 듣기 힘들다. 영화 초반의 차량 추격전 장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방 스피커를 활용하는 드라마 성향의 음향. 하지만 영화 속의 은어 투성의 생소한 대사들은 센터 스피커를 통해 쩌렁쩌렁 잘 전달된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며 멍멍한 대사를 알아듣지 못해 남감했던 기억이 있는지라 DVD에서는 또렷하게 들려오는 대사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또한 영화와 적절히 배치되는 음악도 훌륭하게 재생된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음향이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단점이 있지도 않는 무난한 음향이다.
 

<범죄의 재구성> DVD의 코멘터리는 사선모의1, 사건모의2라는 제목으로 총 2개가 담겨있다. 첫 번째 코멘터리는 최동훈 감독과 박신양, 염정아, 백윤식, 이문식이 참여했는데 주로 영화 촬영 뒷이야기나 연기 방식을 이야기하며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다. 영화를 보며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코멘터리. 이에 비해 최동훈 감독과 최영환 촬영감독이 함께 하는 두 번째 코멘터리는 첫 번째 코멘터리와는 정반대의 진지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다. 학구적인 코멘터리라 칭할 수 있는 이 코멘터리는 이 곳에서 카메라 위치가 어땧으며 어떤 조명 하에 무엇을 의도했는지 등등 기술상의 아주 상세한 부분까지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주로 연출, 촬영, 편집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두 번째 코멘터리는 영화학도라면 필히 들어볼 것을 권한다. 반면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

두 개의 코멘터리는 성격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어 그 존재가치가 아주 명확하다. 영화가 재미있어 뒷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은 사건모의1을 가볍게 경청하면 되겠고, 이 영화 어떻게 만들었나 궁금한 사람은 사건모의2를 진지하게 경청하면 좋을 듯 하다.

<범죄의 재구성> DVD의 부록은 사건제보A사건제보B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일단 메뉴 디자인은 디스크1의 디자인과 동일한 컨셉. 사건제보A밀착취재1(메이킹 필름1), 밀착취재2(메이킹 필름2)와 같은 제작과정 영상 2개를 비롯해 선수소개(인터뷰), 미제사건(삭제장면), 기자 시사회, 그리고 Station ID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짤막한 홍보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사건제보B현상수배(포스터 촬영현장), 사기자료(예고편), 콘티보기, 인생역전(배우들과 감독이 직접 로또 추첨)이 수록되어 있다. 영화의 성격에 맞게 하나하나 제목을 만든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밀착취재1(1시간 52초)에서는 주연배우들의 영화 속 캐릭터를 중심으로 영화제작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별다른 연출 없이 촬영 시간순으로 영상이 나열되는 감이 있어 다소 단조롭게 느껴지는 점이 아쉽지만, 촬영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이다.

범죄지휘 최동훈 감독, 차량 추격 장면, 차량 폭파 장면으로 나눠져 있는 밀착취재2(22분 52초)는 최동훈 감독의 짤막한 인터뷰로 시작해 국내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차량 추격 장면과 이어지는 차량 폭파 장면을 찍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현장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좋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촬영이었던 만큼 좀 더 세부적인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선수소개(51분 42초)는 최동훈 감독과 주연배우들, 최동훈 감독과 최영환 촬영감독, 그리고 백윤식과의 인터뷰 3개의 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인터뷰는 DVD 코멘터리에 참석한 후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 때문인지 인터뷰는 코멘터리를 같이 진행한 사람들이 모여 진행된다.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함께 하는 인터뷰 영상은 박신양의 장난기 어린 행동으로 인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되며, 반면에 감독과 촬영감독의 인터뷰는 영화 연출과 연기, 촬영, 편집에 대해서 진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백윤식과의 인터뷰는 영화에서의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소개를 중점으로 영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염정아가 들고 있는 담배가 움직이고 책장이 넘어가는 재미있는 메뉴화면이 인상적인 미제사건(33분 26초)은 삭제장면을 모아놓은 곳. 총 7개의 장면이 수록되어 있는데 레터박스 화면에 화질도 꽤 좋지 않은 편이라 30분이 넘는 시간을 지켜보기에는 적지 않은 인내심이 필요할 듯.

기자 시사회(10분 8초)는 기자 시사회 당시 현장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 시사회 이전에 인사하는 장면과 시사회 후 인터뷰 장면이 수록되어 있다. Station ID는 정체를 알 수 없는 11초 분량의 짧은 영상으로 케이블TV 슈퍼 액션 로고가 나오는 것을 봐서는 단순한 홍보용 클립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 영상으로 사건제보A의 부록들은 마무리된다.

사건제보B 부록의 시작은 현상수배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첫 사진 촬영(17분 9초), 포스터 촬영(6분 34초), 티져 포스터 촬영(16분 37초)으로 나눠 사진촬영 현장의 모습을 담았다. 김중만 사진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점이 흥미로운데 첫 사진 촬영에서는 화면 한 쪽에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으며, 티져 포스터 촬영에서는 뒷부분에서 배우들의 촬영 후 소감을 들어볼 수 있다.

사기자료는 예고편 모음으로 극장용 예고편, 티져 예고편, TV SPOT 3개가 수록되어 있다. 콘티보기(6분 57초)는 스토리보드 화면과 실제 영상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영상. 인생역전(1분 1초)은 초회판 DVD에 담겨있는 스크래치 로또를 직접 이 화면을 보며 당첨을 확인할 수 있는 독특한 영상.

이로써 <범죄의 재구성> DVD의 부록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부록은 2개의 코멘터리를 제외해도 무려 4시간에 육박하는 막강한 물량을 자랑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속에서 사용되는 속어들에 대한 설명이나 각본을 썼던 과정에 대한 부록이 수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부록임에는 틀림없다. 아쉬운 점은 부록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자료를 한 곳으로 모았다는 것에 중점을 둔 것 같다는 것으로, 영화에 걸맞는 기획력에 승부하는 부록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많은 자료를 한 곳에 충실하게 옮겨놓았다는 것에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앞으로는 단순히 양이 아닌 질로서 승부할 수 있는 알찬 부록을 한국영화 DVD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할리우드 장르영화의 훌륭한 재구성인 <범죄의 재구성>은 한국적인 범죄영화의 한 획을 긋는 제대로 만든 상업영화. 장르의 틀 안에서 훌륭하게 매치시킨 캐릭터와 대사, 영화적 테크닉은 이제 우리도 제대로 만든 범죄영화를 갖게 되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백문식의 연기는 주연배우들 중 단연 발군으로 멋진 중년배우의 근사한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범죄의 재구성>을 이 한 몸 바쳐 강력추천하고 싶다. 스타맥스에서 출시하는 DVD는 영화의 완성도에 어울리는 수준급의 화질과 음향을 자랑한다. 부록은 코멘터리를 제외해도 무려 4시간에 육박하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궁금증은 부록에서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잘 만든 한국영화에 걸맞게 잘 만든 DVD.

본 리뷰의 저작권은 dvdprim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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